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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선생님을 알게 된 건 <그림으로 알아보는 내 아이의 성향>(청림Life)이란 책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이 책을 통해 ‘성향미술’이 무엇이고, 왜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지 알려주셨어요. 오랜 시간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계신 압구정 바른미술학원 원장 정성훈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아이의 감정이 아닌 성향을 보자
아이에게 새하얀 도화지를 내밀고, 그림을 그려보라고 합니다. 그 그림을 보고 부모는 아이의 감정상태를 짐작합니다.
‘얘가 뭔가 불만이 있을까?’
‘나를 왜 작게 그렸을까? 애착에 문제가 있는 걸까?’
사실 아이는 그저 본인의 성향대로 그림을 그렸을 뿐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이의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 ‘성향미술’입니다. 선생님은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사과를 예로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사과 하나를 보여주며 그려보라고 했을 때 작품은 가지각색으로 나올 수 있어요. 분명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보여주었는데도 파란 사과나 노란 사과를 그린 아이들도 있고, 심지어 쪼개진 사과의 단면이나 사과나무를 그리는 아이들도 있지요. 아이들은 그저 자신이 가진 성향대로 그림을 그렸을 뿐이에요.”
미술 표현에 있어서 성향을 총 여섯 가지로 나눠서 그에 따른 교수법을 실천하는 것이 성향미술의 기본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게 된다는 것
형태력, 채색력, 연출력을 객관적, 주관적으로 한 단계 더 구분하여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합니다. 그런 뒤 어떻게 보완하고 균형을 이루고 발전할 수 있는지 교육합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서 ‘어떠한 목표를 달성해야겠다’라고 결심하며 그리지는 않습니다. 특히 어릴 때는 놀이처럼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되지요. 그렇게 즐겨 그리다 보니 잘 그리게 되어 미술 전공으로 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술을 정말 잘하고 싶어서 미술학원을 찾는 아이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마냥 보육식의 미술수업은 오히려 안 좋을 수 있어요. 아이들이 뭘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그저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기만 하는 것 말이죠. 아이가 좋아한다고 초콜릿을 계속 주는 것과 비슷해요. 결국에는 이를 썩게 하는 건데... 이 아이들이 커서 중학생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 고등학생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 감안하고 가르쳐야 하지요.
대상이 어릴수록 더욱 전문가가 가르쳐야 해요.”
#요즘 미술, 편견 깨기
예중, 예고, 미대로 가는 입시 미술이라고 해서 석고상 보며 데생만 죽어라 하던 부모님 시절을 떠올리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행 입시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고요.
“최근 서울대 입시만 해도 그래요. 시를 읽고 느낀 바를 표현해보라는 과제가 나옵니다. 즉 내면을 얼마나 솔직하게 꺼내놓는지, 남을 설득할 수 있는 솔직함이 표현되었는지 그런 것들을 봐요.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요즘의 미술이라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요즘의 미술 교육?
2013년에 서울대 미대 입시 문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종이로 오려 붙이고 그 모양의 제품을 디자인하라”였습니다. 이 문제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흥미롭게 느낀 꽃이 있는가, 있다면 그 특징을 생각해 세상에 필요한 제품을 아이디어 스케치하라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평소에 자기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겠지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좋아하는 것을 깊이 있게 접근하는 연습이 필요하고요. 그동안 행해오던 시험의 정형화된 패턴, 스킬 등을 많이 외우고만 있는 사람은 인터넷과 각종 프로그램(일러스트, 포토샵 등)이 상용화된 현 시대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예전 미대 입시의 평가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 능력을 보는 기준이 ‘대상(물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자기(자신) 중심’으로 바뀐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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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h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