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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매거진

 


“안녕하십니까!”

인터뷰를 하는데 관장실 문이 스스럼없이 열립니다. 새하얀 도복에 흰색 띠를 맨 수련생입니다. 이제 막 5, 6살이 됐음직한 아이가 주먹을 꽉 쥐고 온몸을 꼿꼿이 세우며 우렁차게 인사합니다. 그리고 곧 “근데 사범님 뭐해요?” 수줍게 묻습니다. 

“인터뷰”
“인터뷰가 뭐예요?”
“태권도가 어떤 운동인지, 사범님이 어떻게 가르쳐주고 우리들은 무얼 배우고 있는지를 말씀드리는 거야.”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이 동그래진 아이가 계속 구경하고 싶은 눈치를 보이자 이서영 강서비룡태권도 사범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수련장에서 준비운동 하고 있으세요.”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다시 정자세로 돌아가 “네!” 대답하고는 뛰어갑니다. 




#생애 첫 학원, 태권도

“키즈관에서 수련하고 있는 5세 아이예요. 지난달에 시작했는데 부모님께서 에너지가 많은 아이라 활동량을 늘려주고 싶다며 찾아오셨어요. 아직 어리고 처음 다니는 학원이라 낯설수 있는데 잘 적응하고 있어서 저도 부모님도 기쁘네요.”

이 사범의 말처럼 태권도는 미술 피아노와 더불어 아이들이 처음 다니는 학원 중 하나입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한 번은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주교육생은 5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과거 초등학생이 주교육생이었지만 최근에는 유아체육과 접목되며 유치원생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도장의 경우 200여 명의 아이들이 등록해있어요. 5~7세 유치원생들은 키즈관, 초등학생 이상은 초등관에서 수련하고 있습니다.”



이 사범은 관을 나눈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습니다. 

첫 번째는 유치부 아이들과 취학 아이들의 감정선이 다르기 때문. 초등학생은 독립적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반면 유치부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크고 보호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유치부 아이들의 경우 불안해하거나 놀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초등학생의 경우 동생들과 같이 수련을 받으면 양보하고 배려해야 할 일이 많죠. 에너지를 발산하려고 왔는데 동생들이 있으니 조심하자고 하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부모님들의 염려 때문입니다. 유치부 아이들은 발달단계상 언어나 행동을 빨리 흡수하는데 초등학생과 같이 있다보면 아무래도 유행어, 게임 등에 빨리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태권도 학원이 유치부, 초등부 관을 나누거나 시간을 달리해 수련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수련만 나눠 하는 건 아니에요. 수련 내용도 다르죠. 태권도를 배우는 건 같지만 초등부는 승품심사를 염두하고 수련하고 유치부는 태권도 동작을 외우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기본기에 집중합니다. 체육도 초등부는 뜀틀, 줄넘기, 달리기 등 학교체육과 연결하고 유치부는 맨 몸으로 놀거나 축구 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는 기회를 마련해요.”



#태권도, 운동을 넘어 선 운동

이 사범은 일반적으로 운동은 개인운동 또는 단체운동으로 나뉘지만 태권도는 개인운동인 동시에 단체운동이며 몸을 넘어 마음까지 성장시키는 운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태권도장 바닥에는 점이 그려져 있어요. 점 하나 하나가 수련생들의 자리입니다. 모든 품새는 내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내 자리를 중심으로 움직여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받지도 않고, 나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하죠. 즉, 태권도의 출발은 개인운동입니다. 그러다 단체품새를 할 때는 두명, 시범단이 되면 여러 명이 같이 해요. 단체운동이 되는 거죠. 저는 이 훈련과정이 우리가 태어나 가족을 만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교를 거쳐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태권도를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우고 나의 세계를 점점 확장시키는 경험을 하다보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성장하죠.”

교육 과정 자체도 몸과 마음의 훈련을 동시에 염두합니다. 한 개인으로서는 인성, 사회의 일원으로서는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태권도라는 운동 자체가 마음까지 단련하는 특성도 있지만 태권도 학원은 일반 학원들이 주1,2회 수업을 기본으로 하는 것과 달리 주3회, 주5회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오래 지켜보는 만큼 인성교육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어요. 예를 들어 태권도를 처음 시작하면 흰띠를 매고 수련을 해요. 흰띠일 때는 큰 소리로 인사하는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하죠.”

노란띠는 양보와 협동, 초록띠는 인내와 예의, 파랑띠는 모범과 성실 등 띠마다 갖춰야 할 인성을 정하고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권위 안에서 올바로 자라나게 돕기

자신의 뿌리를 알게 하려고 합니다. 부모님의 노력과 사랑이 아니었으면 내가 태어날 수 없었다는 것을 알게되면 아이들이 겸손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효’를 강조합니다. 
부모님 발 씻겨드리기, 안마해드리기, 신발 정리 같은 숙제를 내주는 것은 물론 단체견학을 다녀오면 ‘부모님 덕분에 재밌게 배우고 왔습니다’ 감사인사를 드리게 하며 작은 효를 실천하게 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가 부모에게 효도할 때 가정이 튼튼해지고 부모의 권위가 섭니다. 그래서 태권도 학원에서부터 실천합니다. 

태권도장에서는 관장이 아빠, 사범이 엄마. 특히 관장은 다소 엄하게 느껴지더라도 올바른 말, 올바른 행동을 합니다.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부모님들이 계시지만 무서워하는 것과 어려워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 사범은 거듭 강조했습니다. 

“올바름을 올바로 가르칠 때 아이들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권위 안에서 올바르게 자라납니다.”

태권도 사범 그리고 유치원 교사로서의 경험이 더해진 교육철학입니다. 사실 이 사범은 엄마가 되기 전까지 유치원 교사였습니다. 첫째 아이를 임신하며 유치원을 그만뒀고 세 아이를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며 태권도 단증을 취득해 남편과 함께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유치원 교사 출신이다보니 아이들 마음이 더 잘 보이고 마음을 더 보려고 해요. 가령 친구와 부딪히는 게 싫다는 아이들은 ‘몸’이 부딪혀서 싫다고 하지만 사실 ‘마음’이 부딪혀 싫은 경우가 많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와 부딪히면 웃고 장난치며 넘어가지만 평소 불편했던 친구와 부딪히면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럴 때는 그 아이와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해요. 관계가 좋아지면 운동도 즐기더라고요. 나 자신과의 관계, 나와 친구 사이의 관계, 나와 사범님과의 관계, 나와 가정과의 관계, 나와 사회와의 관계를 잘 풀어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태권도 사범으로서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습니다.

“운동이라고 하면 몸을 움직이고 단련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사전을 보면 운동을 첫째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 그리고 둘째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로 정의하거든요. 두번째 정의를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태권도를 배우면 체력향상은 물론이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집중력, 끈기 등 마음가짐도 훈련할 수 있습니다.”


태권도를 배우는 최적의 시기가 있다면?
품띠를 따려거나 태권도 자체를 배우고 싶다면 7, 8살이 좋고 운동이나 규칙을 익히고 싶다면 5살부터도 무리는 아닙니다. 다만 5~10분 정도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는지, 큰 소리에 스트레스받지 않는지를 체크해 보세요. 어린 아이들은 태권도 기합소리를 힘들어 하는 경우가 간혹 있거든요.

이런 아이에게 태권도를 추천합니다!
몸을 부딪히는 것을 싫어해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태권도는 운동을 즐기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태권도는 개인운동에서 출발해 단체운동으로 확장되거든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몸을 부딪히는 일이 없으니 아이도 부담이 적고, 친구들과 친해진 뒤에 단체운동을 하게 되니 몸을 부딪히는 것에 덜 민감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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