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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매거진

 



글. 네이버 포스트 스타 에디터 틈틈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마음도 몸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일주일’ 정도가 될 텐데요. 사실 가장 어려웠던 건 아이 앞에서나마 여유 있는 척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잔뜩 긴장한 아이에게 엄마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가 더 긴장할 것 같아서요. 

안 바쁜 척, 즐거운 척, 모두 괜찮은 척하느라 얼굴에 경련이 나는 줄 알았답니다.

남편이 이런 저더러 백조 같다고 하더군요.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은 우아해 보여도 물 속에선 죽을 힘을 다해 물장구치고 있는 백조 말이에요. 아이 앞에서는 ‘입학 별 거 아니야’ 라고 하면서도 사실은 똥줄이 타고 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어쩌면 아이보다 제가 더 긴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지요. 
초등학생 형아가 됐다고 으스대는 아이 모습에,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기특한 동시에 공부하기 힘들다고 푸념을 할 몇 년 후 모습이 그려졌거든요. 

어떤 학부모가 되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워킹맘이라 고민되는 점도 많았어요. 전업주부이셨던 엄마가 제게 해줬던 것만큼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겁이 난 것도 사실입니다. 학부모가 되려니 다시 초보 엄마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흔들릴 때마다 저를 다독여준 건 먼저 아이를 학교에 보낸 선배 워킹맘들이었습니다. 
첫 일주일만 잘 넘기라고, 첫 일주일이 가장 힘들다고 했습니다. 첫 일주일, 그리고 첫 한 달만 넘기면 오히려 더 편한 점도 있다고도 했고요.

조언을 들으며 ‘일주일이면 새로운 환경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나?’ 했는데 입학 후 일주일이 지나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선배들 말처럼, 가장 큰 숙제들은 끝낸 기분이었답니다. 


#학교 생활 적응

입학식과 동시에 진짜 할 일이 폭탄처럼 떨어졌습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학교 근처 문방구였습니다. 예비소집일에 받은 안내문에 ‘준비물은 입학식에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어서, 준비물을 미리 사둘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한 주 내내, 학교 수업이 끝나면 문방구부터 들렀습니다. 입학 이후에 통보를 받거나 결정해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분주한 저와 달리 아이는 차근차근 적응했습니다. 저는 아이가 큰 건물 안에서 길을 잃지 않을까, 화장실은 잘 갈까 불안했지만 아이는 제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자라 있었습니다. 이미 학교생활에 적응한 2~6학년 아이들을 보면서 눈썰미로 익히는 것도 많은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6학년 아이들이 1학년 동생들을 데리고 다니며 학교 시설을 알려주는 수업도 있더군요. 

우유팩 혼자 열기, 어른 젓가락으로 밥 먹기,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기, 화장실에서 뒷처리 혼자 하기, 복도에서 오른쪽으로 걷기 등 입학 전 익힌 생활습관은 아이의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됐습니다. 집에서도 연습을 시켰지만, 저보다 먼저 어린이집에서 연습을 시켰더라고요. 

처음 가르쳤는데 능숙하게 해내는 게 신기해서 “배운 적 있어?” 하고 물어보면 “어린이집에서 다 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알려주셨어” 라고 답할 때가 많았어요. 집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가장 필요한 건 부모의 믿음

입학하고 일주일이 지나고 돌이켜 보니, 가장 필요한 준비는 부모의 믿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활습관은 어린이집이나 주변 어른들을 통해 이미 배웠고, 학교에서도 막 입학했으니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너그럽게 봐주시더라고요. 학부모 교육을 들었는데, 초등학생의 발달 과업은 ‘근면’이지 ‘완벽’이 아니라고 합니다. 노력하는 자세면 된다는 것이지요. 

결과를 칭찬하지 말고 노력하는 과정을 격려해주어야 하고요. 

저 또한 어렸을 때, 낯선 환경이 두려웠을 때, 눈 질끈 감고 한 발 내딛을 수 있었던 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시던 부모님의 믿음과 응원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건 부모만 줄 수 있는 힘이지요. 더 큰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가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믿음과 응원이었습니다.

 

#하교 후 일과

그렇게 학교생활에 대한 걱정은 옅어졌습니다. 하지만 하교 후 일과는 여전히 골머리였어요. 

보통 4교시 수업을 하는 날은 점심 급식 후 1시에 하교하고, 5교시인 날은 2시에 하교합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아이들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지만 학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의 몫이에요.

워킹맘이니 아이를 데리러 나갈 수는 없고, 하교 시간은 이르게 느껴졌어요. 누가 픽업할지, 무엇을 할지도 정해야 했고요. 저희 아이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방과후 프로그램도 신청한다고 모두 수강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수업마다 정원이 15~20명 정도입니다.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지만 대부분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추첨이나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선발해요. 

학원도 병행하기로 했는데, 학원에서 학교까지 학원 차량으로 픽업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에는 태권도 학원에 하교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방법은 찾았지만 아이가 학원 차량으로 하교하는 걸 좋아할지 마음에 걸리더군요.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생각보다 쿨하다는 말이 맞았던 모양입니다. 아이는 학원 차량으로 하교하는 걸 즐기는 눈치입니다.

여기까지가 입학 후 일주일간 진행된 일들입니다. 일단 일정을 확정하면 아이가 일정표와 동선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하고 합을 맞추면 됩니다. 


#휴가? 휴직?

저는 아이의 입학 후 2주 동안 휴가를 냈습니다. 사실 할 수만 있다면 휴직을 하고 싶었는데 육아휴직을 모두 소진한 상태라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자녀가 입학한 직원들에게 ‘돌봄휴가’를 주거나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미뤄주는 회사들이 생기고 있다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엔 그런 제도가 없고요.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팀원들과 일정이 겹치지 않는다면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쓸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아이의 입학에 맞춰 휴가를 내기로 했습니다. 

방과후 수업 추첨 발표 일정을 고려하면 일주일로는 부족했어요. 새롭게 출발하는 시기, 적응하는 기간에는 옆에 있어주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2주 동안 휴가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회사에 없었던 일입니다만 전례가 없었을 뿐 안 되는 건 아니었어요. 

(‘2주 휴가를 낼 수 있는 회사를 다니는 것도 복이에요’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휴가를 2주나 썼으니 올해 휴가를 거의 다 쓴 셈이에요. 아이들이 아픈 날이 있을 테고 방학도 있는데 남편의 휴가에만 의지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잔뜩 굳어서 등교하는 아이를 볼 때, 아이가 학교로 마중을 나온 수많은 엄마들 사이에서 ‘엄마다!’ 하고 한 눈에 저를 찾을 때, 알림장에 내일까지 보내달라는 물건이 빼곡히 적혀 있을 때, 휴가 중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적응을 도울 수 있어서 좋았고 적응해가는 아이를 보며 마음도 놓여 더 좋았어요.  

가능하다면 휴가를 쓰세요. 짧게는 일주일, 가능하다면 이주일 정도 휴가를 내면 좋을 것 같아요. 더 욕심을 내자면 한 달도 좋고요. 주변에서도 비슷한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입학부터 3월 말 총회와 학부모 상담까지 끝나면 ‘신입생 큰 일’은 거의 치르는 거라고요. 

휴가를 냈고 그 동안은 등하교 할 때 직접 픽업할 거라고 했더니 누군가 그러더군요. 학교 앞에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가, 학원 선생님이나 시터 이모님이 기다리게 되면 아이가 실망할 수 있으니 너무 자주 마중을 나가지 말라고요. 

잠시 고민한 건 사실입니다. 아이가 실망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저는 ‘충전’의 힘을 믿습니다. 진한 에너지를 충전해두면 아이가 필요한 순간 꺼내 쓸 거라고 믿어요. 아이를 마중하는 시간에 저도 충전이 되었으니, 아이도 저와 같을 거라고 믿습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부모들 모두가 3월 한 달 동안 ‘돌봄휴가’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아이의 적응을 돕고, 학부모로 적응하면서 아이 친구 엄마들과도 친분을 쌓는 데 큰 문제가 없을 텐데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일하는 엄마들에게 또 한 번의 고비라는 걸 안다면, 해결책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길 바라봅니다. 

요약
1. 입학 전에 익숙해지면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들이 있습니다. 집에서도 연습을 시켜야 하지만, 일곱 살이 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미리 연습을 시켜요. 집에서 확인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정도만 도와주어도 충분합니다.

2. 저희 아이는 한글을 완벽히 떼지 못했습니다. 칠판 글씨를 따라 알림장을 쓸 정도면 된다고 해서 그 정도 익히고 입학했습니다. 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초반에는 알림장 내용을 프린트해서 나눠주셔서 알림장 공책에 붙여서 가지고 와요. 한글을 완벽하게 쓰지 못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3. 입학 준비물이나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이 많은데 입학식 때 안내해줍니다.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준비물이 다르니 미리 준비하지 마세요. 입학식에 받은 유인물을 들고 학교 근처 문방구에 가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4. 입학 첫 주, 저는 휴가를 냈고 아이는 다니던 학원을 모두 잠깐 멈췄습니다. 입학 준비물을 같이 고르고 가방을 같이 챙기는 과정들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워킹맘이시라면 가급적 휴가를 내는 걸 추천합니다. 최소 일주일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겁 먹지 마세요. 해보니 겁나는 일은 맞지만, 내가 겁을 먹으면 아이도 겁을 먹어요. 우리 앞에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선배 워킹맘들이 있고, 워킹맘 엄마 밑에서 학교 잘 다니고 잘 자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데, 우리 걱정은 줄이고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요! 화이팅입니다.